“기존 대출 따지면 누가 대출 받겠나” 17일 오후 부산의 한 유명 특급호텔 로비. 발열 검사대가 설치된 입구는 한산했고, 투숙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호텔 직원 다수가 이미 휴직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직원이 로비를 서성이는 투숙객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보였다. 임대료·인건비 고정 지출 보전 유형자산 적어 담보도 어려워 입찰 일정 조정해 현금 공급을 충성 고객이 많은 특급호텔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서면과 원도심 등에서 가성비로 단체 관광객이나 비즈니스 수요를 공략했던 호텔들은 이미 여럿이 휴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코로나19 광풍에 관광도시 부산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코로나19 사태로 지역경제가 휘청인다고 하지만, 관광·마이스 산업만큼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분야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부산관광컨벤션포럼이 지난 12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 가량의 부산지역 관광·마이스 업체가 전년 대비 80% 이상 매출 타격을 입었다고 답했다. 매출이 아예 ‘0’인 업체도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막혀 버린 하늘길과 뱃길이 정상화하려면 앞으로 수개월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극도로 위축된 관광 심리의 회복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정상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관광업계의 실핏줄이 마르지 않도록 지원해 줄 버팀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 지출을 보전해 주는 일은 가장 시급한 문제다. 부산관광컨벤션포럼 김금영 사무국장은 “관광·마이스 업계는 다른 산업 분야와는 달리 유형 자산이 적어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가 어렵다”며 “실제 대출을 받으러 가면 홍보와 달리 기존 대출이 발목을 잡고 높은 이율, 적은 한도를 안내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관광분야는 스타트업이 많은데, 기보나 신보에서 대출을 받지 않고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코로나로 인해 무기한 연기된 행사들의 개최 일정을 조속히 조율해 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행사기획업체 대표 A 씨는 “특히 입찰 일정을 앞당겨 주면 조금이라도 빨리 현금 확보를 해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들이 최소한 폐업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례적으로 실시했던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사업을 현실적으로 재조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마이스부산의 강석호 대표는 “지역 관광·마이스 업체를 대상으로 한 해외 연수·탐방 사업 등이 올해도 계획돼 있다”며 “지금 추세대로 올해 안에는 해외 연수를 떠나는 게 어렵다고 본다면, 사업항목을 조정해 실질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기업에 자금이 조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컨트롤 타워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된다. 부산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B 씨는 “산발적으로 보도되는 뉴스를 보거나, 각 기관의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야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며 “그나마도 기관별로 분산된 정보라 내가 무슨 혜택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